
이 작품은 나온지 꽤 오래되었지만 여러사람의 인생책으로 입소문을 타서 다시 역주행 하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과 후기들에 나오는 찬사들 처럼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생이 실제 처럼 다가와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다. 나에게는 평범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입체적인 인간의 삶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윌리엄 스토너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농업 대신 문학을 선택하고, 대학의 강단에 서며 삶을 이어간다. 그의 생애는 겉으로 보기엔 실패의 연속처럼 보인다. 불행한 결혼 생활, 딸과의 소원한 관계, 강단에서 교육자로서의 성취 부족, 그리고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등 세상과의 유약한 대치. 그래서 이 책의 후기에 '실패한 남자의 인생' 이라는 내용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나면 이 책이 '실패한 남자의 인생' 만은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는 인생의 모든 갈등을 회피하는 듯 보이지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는 열심히 맞서 싸웠다. 삶의 많은 영역에서 무기력했던 그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학문적 신념만큼은 결코 굽히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로 부터 시작한 그의 열정과 신념은 로맥스 학장과의 갈등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사건이나 일생일대의 사랑이자 교수인 캐서린과의 순간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확인하는 장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세상 모든 영역에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서만큼은 타협하지 않았다. 인간은 인생의 모든 측면에서 맞서 싸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 삶에서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너의 삶은 패배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취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서 스토너를 바라볼 때 답답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는 부인인 이디스와의 불행한 관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딸의 불행을 막기 위해 나서지도 않았다. 일생일대의 사랑인 캐서린을 떠나보내면서도 붙잡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그가 스스로 고독을 선택한 듯한 인상을 준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의 삶은 안타까움 혹은 실패로 귀결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스토너의 시선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죽음을 거부하지도 애써 붙잡지도 않고 마치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처럼 받아들이는 태도는 평생을 고독 속에서 묵묵히 살아온 그의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너는 각자의 삶 속에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지 어떤 가치를 끝까지 붙들고 살아갈 것인지를 독자에게 묻는 작품이 아닐까? 스토너의 삶은 답답하면서도 고귀했고 고독했지만 동시에 치열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그의 생애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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