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사는 엄마없는 아이들 (이민자로 몸을 파는 여성들의 아이들) 을 돌보는 로자와 그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모모의 이야기다.
모모 1인칭 시점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모모가 보는 것 모모가 겪는 것 모모가 만나는 사람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모라는 아이는 사실 어리지만 강단 있고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로자 이모와 아직 어린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어른아이이다. 하지만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본인의 뿌리를 그리워하는 모습, 자신도 모르게 즐거워 보이는 어떤 가족들을 따라가고 말을 거는 장면들을 보면 지독한 애정결핍 속에서 자라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인물이 묘사하고 말하는 단편만 보면 굉장한 어른이지만 그 너머 그의 행동을 따라가보면 결국 마음이 너무 아픈 아이다. 한 인간의 복합적인 묘사가 너무나도 뛰어나 책을 덮었을 때 쯤엔 그 아이의 아픔과 상황이 그대로 전해져 책을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었다.
이 책은 모모를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주고있다.
이민자로 프랑스에 와서 몸을 파는 여성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던 로자. 처음에는 로자가 아이들을 돌보지만 나이가 들 수록 아이들이 모모를 돌보고 있다. 그리고 젊은시절에도 로자가 아이들을 돌본다곤 하지만 사실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통해서 결국 로자 자신이 돌봄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에 있는 인물들 모두가 자신만의 결핍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결국 서로를 통해 서로의 쓸모와 개성을 드러내는것. 작은 아파트와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 인생 자체가 그런것이기에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사람들 모두는 작건 크건 그들만의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 결핍이 만나 본인의 쓸모를 찾으며 삶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간다.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그것이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어린 모모에게 항상 철학적이지만 현명한 대답을 해주는 하밀 할아버지와의 대화 중 일부이다.
처음에 할아버지는 사랑 없이 살 수 있다고 하지만, 할아버지가 눈을 감기전에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한다.
모모는 할아버지가 처음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모모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할아버지가 다시 사실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했을 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할아버지의 입으로 들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에 모모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옳았다는 기쁨을 느낀다. 그와 함께 사랑 할 사람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황속에서 두가지 감정이 극대화되는 부분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모모는 평생을 결핍속에 지내다가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가족들을 만나는데 로자와 모모 뿐만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충만한 기분을 처음으로 느낀다. 절망속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로자를 지켰고 결국 사랑이란 이름이 이 아이를 다시 일으킨다.
이 아이는 분명 훌륭하고 큰 사람이 되었으리라 책을 덮으며 어른이 된 모모가 너무 궁금해졌다. 로맹가리는 이미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돌아가신 분이지만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이 분이 오래 사셨다면 모모의 다음 이야기를 써봤어도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고 사람은 선하고 인생은 아직 살만한 것이라는 나의 믿음에 작은 이유를 부여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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